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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가득 고양이를 닮은 여성이다. 큰 눈과 넓은 이마, 작고 명료한 코와 입, 뾰족한 귀, 그리고 숱 많은 머리칼 등이 영락없는 고양이 인간이다. 대부분 눈을 감은 채 잎으로만 둘러싸인 숲속에서 숨어 있거나, 반쯤 뜬 눈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하나같이 슬프고 외로운 표정이다.

아리랑갤러리(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선보이는 성유진 작가의 작품들이다. 많은 젊은 미술가들이 독특한 캐릭터를 내세워 개인적 이야기를 풀듯이 작가는 고양이에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 우울증을 앓던 중 고양이를 키우며 회복됐기에 자연스레 소재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작품 속 고양이가 단지 화가의 초상이나 상상의 피조물은 아니다. 알 수 없는 우울함이나 슬픔 등에 젖어 있거나 고통스러워하는 현대인의 단면을 작가는 날 것 그대로의 동물적이고 야생적인 이미지를 통해 대입시켜 나가고 있다.

캔버스 속 고양이는 콘테로 그려졌다. 손가락은 거의 털이 다 벗겨지고 관절이 툭툭 불거졌다. 정상에서 벗어나 기이하게 변형된 몸, 현대인의 불안이나 고통의 극대화된 모습이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장치는 바로 '눈'이다. 아무것도 응시하지 않는 눈, 동공을 지워버린 눈, 아니면 아예 두 눈을 감아버리는 등의 방식으로 작가는 슬픔의 물꼬를 내부로 돌린다. 동시에 스스로와 대화하며 치유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보편적 질서를 받아들일 수 없기에 고양이 인간은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길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국제신문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2011-09-2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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