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가 왜 저렇게 클까?
산책을 하다가 길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지렁이를 가까이 가서 보니, 뱀이었다.
화려하고 예쁜 색이 아닌걸로 봐서는 독사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닌데 바닥을 쓸고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니, 스르륵 스쓱하는 환청이 귓 속에 울린다.
뱀을 자주 본 적이 없어서 지렁이로 착각했나 보다.
뱀에 대해서는 징그럽다거나, 무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얼굴은 입만 벌리지 않으면 상당히 귀엽게 생겼다.
하지만, 뱀을 보니 불편한 기억들이 떠올라 그리 자주 마주치고 싶지 않다.
중 2 때 1년 내내 뱀 꿈을 꾸면서 가위에 눌리며 보낸 기억이 떠올라서 였다.
뱀을 자주 본 것도 이미지를 자주 대한 것도 아닌데, 꿈 속에 나오는 뱀들은 크기며, 색깔이며, 형태가 다양했다.
작은 뱀 소굴에 갇혀 몸을 못 움직인다 거나, 거대한 뱀에 몸의 반 이상이 먹혀 든다거나....아무튼 꿈 속에서 나는
항상 움직이지 못 했다.
많게는 하루에 10번 이상 가위에 눌리기도 하면서, 가끔 몽유병 증세도 보였다.
머리 맡에 식칼을 두고 자면 가위에 안 눌린다고 해서 한 번은 식칼을 두고 자다가 식칼에 찔릴까봐 잠을 못 잤던 기억도 떠올랐다.
즉 식칼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신경쇠약에 걸려 몸의 기능이 저하되어 특별히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몸이 좋지 않았다.
1년 동안 심한 가위 눌림은 그 이후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나타내곤 했는데, 샴비를 입양하고 부터는
한 번도 가위 눌림이 없었다.
샴비를 키우는 것이 내게는 심리적 안정감 영역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나보다.
아니면 고양이라는 존재들이 정말로 퇴마력이 있는 걸지도....
샴비가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양이들의 대한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들이 너무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