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내려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작년에 머물던 공간이라 금방 적응이 끝날 줄 알았는데, 아직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질 못하고 있다.
주변 산책을 해도 눈을 사로잡는 풍경을 만나지 못했다.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작업 외에 외부적으로 자극 받는 잡다한 생각들이 머릿 속을 드나들어서,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생각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나쁘진 않지만, 이 상태를 오래 끌면, 생각 했던 작업들을 진행하기에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적응을 빨리 마치고 싶다.
몇일 전에 한국에 들어 온 외국 작가들이 생활에 여유로움을 보이며, 작업을 진행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에 적응하고, 환경을 받아들이며 적응하는 모습도 신기하다.
부산에 오기 전에 어떤 작업을 해야지 막연히 생각한 것들을 기록해 놓지 않고 왔더니, 작업실 정리하는 시간 속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어제부터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선은 떠오르는 것들을 붙잡고 시작하면서 생각을 확장해 가야겠다.
내일은 어쩌면 흙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숙소 옆에 도예 공방이 있는데, 내일 주민들을 위한 도예수업이 있다고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흙 작업을 한 번 해 보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한 번 시도 해 봐야겠다.
그리고 저번 주에 직인을 찾지 못해서 미뤘던 재직증명서를 받아서, 도서 대출증도 만들어야 겠다.
한 동안 미디어와 책을 접하지 못 했더니, 다시 단어 망각증상이 시작 되려 한다.
아무래도 뇌 기능이 상당히 퇴화 되고 있는 듯 하다.
작업실 가는 길은 공장을 지나서 가야 하는데, 길냥이들이 모래도 아닌 콘크리트 바닥을 화장실로 사용해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
일찍 일어나서 냥이들의 똥을 치우고, 휘발성을 지닌 냥이들이 싫어하는 액를 다량 뿌려 놔야겠다.
고양이가 많이 서식 할 곳이 아닌 곳에 냥이들이 많다 보니, 영역 표시용으로 스프레이성 오줌과 똥들이 콘크리트 바닥까지 확장되고 있나 보다.
왠지 작업실 가는 길에 이틀 전 기력이 없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던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죽어 있을 것만 같다.
죽음을 보는 것은 항상 마음이 편치 않다.
특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때...무력감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