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부산에 내려온지 한달이 지났다.

이쯤이 되면 적응도 어느 정도 되고 꼼지락 거리며 해 놓은 것들이 있어서 이제 슬슬 머릿 속에서

작업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머리 속이 공허해 진다.

하얀 캔버스를 바라보 듯 생각의 가닥들이 퍼지지 않고 있다.

몇일 동안 답답함에 손이 가는데로 드로잉들을 했지만, 너무나 익숙한 드로잉들의 반복이라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제 저녁부터 내내 생각을 해 보았다.

새로움이란 무엇일까?

굳이 새로운 경험을 쫒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각적 변화를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그러자면 생각 할 꺼리들이 발생되어야 하는데, 환경과 주변 사람들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각의 요소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지금의 생활과 환경이 그리 새롭지 않거나, 보여지는 것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생활의 패턴과 관찰 대상에 변화를 줘 보기로 했다.

가장 크게 결심한 것이 평소 많이 의지하고 있던 담배를 끊는 것이고, 드로잉 대상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생활 패턴도 바꾸기로 했지만, 오늘 새벽까지 작업실 근처에서 작업하는 작가와 대화를 나누다 너무 늦게 자는 바람에 패턴 변화는 실패를 했다.

작업 시간도 바꾸려 했으나, 잠시 뒤에 있을 색채수업 때문에 내일로 미뤄야 할 듯 하다.

지금 내가 작업하고 있는 공간은 안료를 만드는 회사에 위치해 있어서, 작가들을 위해 4회에 걸쳐 색채 이론과 색 만드는 수업을 제공해 주고 있다.

낮에는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활기를 띄고 밤에는 몇몇 기계들만이 돌아가지만, 밤 늦도록 작업하는 곳에 불이 켜져 있다.

안료 공간이라 창문으로 비춰 나오는 불빛 색깔들이 오묘하게 발하고 왠지 모를 슬픔을 느끼게 한다.

보통 늦은 시간은 새벽시간대이고 가을이라 감정이 그곳에 이입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몸의 컨디션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안정되어 가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부산을 내려오기 전에 하려고 했던 것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작년에 부산에서 작업하면서 변화를 주기 위해 감각의 한 부분을 열어 놓았는데, 그 감각을 열면서 가지고 있던 하나의 요소가 사라져 버렸다.

가능하다면, 그 하나의 요소를 다시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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