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부의 시간과 외부의 시간들이 수십만번은 족히 충돌이 이루어 져서 내가 세워 놓은 시간데로
움직이거나, 무언가를 100% 완벽하게 이룬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유유부단은 성격과 산만한 정신, 호기심 등이 거기에 한 몫 한다.
지난 주 일요일엔 '고리' 전시 미팅을 위해 부산을 다녀왔다.
원전에 대해서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는 있지만, 부산에서 2년 가까이 머물면서도 그리 크게 위험하다거나,
불안감을 느끼며 생활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원전을 먼저 다녀오고, 부산에서 지냈더라면, 그림에 원전이 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근처를 몇년 전에 다녀왔을 당시만 해도, 크게 위협적이기 보다는
'저곳이 고리 원전이구나! '하는 정도의 위치 확인의식 정도일 뿐이었다.
이번엔 고리 원전의 반대편을 갔었는데,
차를 타고 반대편으로 이동 중에 보이는 수십 개의 거대한 송전탑을 보면서 부터 위화감이 느껴졌었다.
마치 거대 로봇들이 뼈대만 갖추고, 폭팔과 함께 움직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에 도착해서 핸드폰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해무가 원전을 가리는 것이 미래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 나라의 원전이 몇개가 있고 노화된 원전이 얼마나 되면, 가까운 일본과 중국의 원전 위치도, 피폭된 사진 등을
보면서는 불편함만을 느꼈었는데, 보이지 않는 원자력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외관...
오롯이 건물만을 바라보는데...'난 왜 공포감이 드는 것일까?'
함께 전시하는 작가들과 있기에 웃기도 하고, 원전에 관련된 농담도 했지만,
그곳을 다녀온 후 강한 이미지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원전 근처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원전을 바라보며,
낚시대를 던져 놓고 하염없이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무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