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요즘 고기를 먹지 못하고 있다.

고기의 질감이나, 피 맛이 느껴지면 입안에 이물감이 느껴지게 되어서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가 아니면,

벧어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고기를 먹으면서 '맛있다.'라는 감각이 사라져 버렸다.

채식주의를 선언해서 고기를 끊은 것이 아니라 먹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호성이 달라진 것인가?

일시적인 현상인가?

아직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고기를 못 먹기 시작한 시점에 '채식주의' 한강의 소설을 읽었고, 한달 뒤 옥자를 봤다는 문화적 간접 체험은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심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간혹 바람을 타고 오는 축축한 돼지 축사 냄새 때문일까?

일주일에 한 두 번 바람의 방향이나 습도에 따라 냄새가 나는 것인지, 어느 시점에 축사를 청소 하기에 나는 냄새 인지는

모르겠지만, 산 하나 넘어에 참외를 먹여 키우는 돼지 축사가 있다는 소리를 동네 사람들로 부터 들은 적이 있다.

성주라는 특색 때문인지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참외가 주기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것들을 수거해 돼지 먹이로 준다고 한다.

돼지들은 채식이 아니니 사이드 메뉴로 섭취하는 것이겠지, 주식이 참외는 아닐 것이다.

참외만 먹는 돼지는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영양 결핍으로 뼈만 앙상한 돼지라니....

다행히 해산물에 대한 거부감은 생기지 않아 단백질 섭취를 생선이나 해산물 간혹 달걀을 먹어주고 있다.

고기를 못 먹고 부터 가장 큰 변화는 변 냄새가 달라 졌다는 것이다.

변 냄새가 좋을리 없지만, 고기를 먹을 때의 변 냄새 보다는 독하지 않다.


20대 초에 몸이 좋지 않아서 생식을 한 적이 있었다.

이때는 고기를 못 먹는 게 아니라 먹고 싶지만 참으면서 채소 위주로 식사를 했다.(버섯도 생으로 씹어 먹던 기억이 난다.=-=;)

극단적으로 달걀이나, 해산물까지 먹지 않았다. 사람들과 밥을 먹을 때 마다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식당 대부분의 메뉴는 고기가 안 들어 가는 것이 없었으니...

그 시기엔 생식에 대한 정보도 없이 그저 고기와 살아 있는 것들만 안 먹으면 된다는 생각에 무식하게 3개월

가량을 하다 보니,  기형적으로 살이 빠지면, 나중엔 이가 흔들렸다.

아는 언니가 달걀만이라도 먹으라는 조언에 달걀 하나를 입에 넣는 순간 달걀이 이렇게나 맛있다니,

3개월 동안 고기와 해산물 등에 대한 절제는 달걀 하나로 완전히 무너지고,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돼지고기에 대한 맛도 알게 되어, 그후 고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미각이 살아나 버렸다.


평생 고기를 안 먹을 생각은  아니다.

예전처럼 어느 순간 심리적 거부감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 지금은 몸이 거부하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내버려 둘 생각이다. 딱히 몸무게가 심하게 빠지거나, 기력이 없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니, 거기다 소화 불량 횟수도 줄어 들었으니

지금 상황이 문제가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이 갑작스러운 식생활의 변화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은 자기가 가장 잘 알수도 가장 잘 모를 수도 있겠는데, 현재 상태는 후자인 듯하다.

뭔가를 놓치고 가는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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