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 처음 이사 왔을 때 앙칼지게 생긴 노랑이 한마리가 있었다.
밥 달라고 냐옹거리다가 심사가 뒤틀리면 하악질을 연속으로 해대는 묘성이 거친 고양이다.
이녀석이 발정기 마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해서 1년에 3에서 많으면 4번 정도 출산을 했었다.
작업실 주변엔 노랑 고양이가 많게는 12마리에서 적게는 5마리 유지가 되고 있다.
1년 전에 낳은 새끼 노랑이 2마리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서 어미 고양이를 옆집으로 쫒아낸 후
지금까지 새끼 노랑이 2마리 중 암컷이 작업실 마당을 접수하고 새끼를 낳아서 키우고 있다.
노랑이 2마리 중 숫컷 고양이는 암컷 보다 크기가 커서 오빠 고양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릴 땐 비실비실 하고, 살짝 멍한 느낌이라 걱정 스러웠는데, 크면서 덩치도 꽤 커지고
활동 영역도 커져 갔다. 거기에 암컷이 낳은 새끼 고양이들 보모 역활도 톡톡히 해 내고,
낮이든 밤이든 나와 마주치면 냐옹거리며 따라 다니곤 했다.
얼마전 근처에 노랑이 한마리가 도로에 치어 죽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작업실에서 도로까지는
거리가 있으니, 작업실 마당 고양이들이 아니겠지 하고 넘겼었다. 그 날 수와 산책을 하러 나갔다가
수가 도로 옆 풀숲에 들어가 한 참 동안 나오지 않아서 다가 갔다. 죽어서 굳어버린 고양이 시체 냄새를
맡고 있었다.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뭉게져 있었고, 뱃속 내장도 드러나 있었다. 보기만 해도 얼굴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끔찍했다. 풀밭에 널부러진 사체가 안타까워서 작업실에 돌아오자 마자
작업실 뒷편에 대략 80센티 깊이의 구덩이를 판 후 장갑을 끼고 커다란 봉투를 들고 고양이가 죽어 있던 곳으로 갔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고양이 사체를 봉투에 담다가 고양이의 고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고양이를 묻어주고 몇일이 지났는데 오빠 고양이가 보이질 않는다. 작업실 뒷편에 묻어 둔 고양이가 오빠 고양이가
아니길 바라지만, 확신이 서질 않는다. 자신들을 돌봐주던 오빠(인간계 촌수로 치면 외삼촌이겠지) 고양이가 안 보이니
전보다 마당에 자주 모여 있지 않는다. 밥 먹을 때나 잠깐 햇볕에 낮잠을 즐기러 나온다.
이 아이들도 더 성장하면 발정기 때 떠나거나, 사고나 병으로 죽을지도 모른다. 건강하게 살아 있을 때 만이라도
배고프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길 바라면서 사료를 밥그릇에 담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