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내내 식탁에 올라 온 반찬은 삶은 호박잎이다.
외식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밥을 해 먹으니 식탁에 등장하는 반찬은 매번 비슷하다.
그러다 평소 먹지도 않던 호박잎이나 삶아 먹어보자 하고 시장에서 1단 사온 뒤로
2주에 한 번 꼴로 호박잎을 장바구니에 담게 되었다.
고유의 향은 있으나 그리 강하지 않고, 먹고 난 후 속도 편안하고 입맛 없을 땐
고추장과 밥, 호박잎 만으로도 한끼 해결이 가능하다. 나름 간편 건강식이다.
하루는 시장에 갔더니, 넓은 잎의 호박잎들은 자취를 감추고 상점마다 여리여리한 끝줄기만
바구니에 담아서 팔고 있었다. 여린 잎이 더 맛이 좋긴 한데, 끝 줄기를 딴다는 것은 호박의 생장을
끝낸다는 의미라서 아쉬움이 더 해 졌다.
추운 겨울에 늙은 호박으로 끓인 호박죽이 생각 날 때가 있어서 매년 잊지 않고
작업실 주변 텃밭에 호박을 심었었다.
그땐 호박잎을 따 먹을 생각도 안 했는데, 올해 그 텃밭을 옆집 아저씨가 공동 주차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자갈을 깔면서 호박씨를 뿌릴 수 없는 상황이 되니 호박잎을 먹을 때마다 옆집 아저씨
나름의 선한 행위가 밉쌀스러웠다.
이젠 아침이면 서늘한 바람이 살갗을 스친다. 초가을 더위도 점점 물러간다.
길을 걷다보면 나무에서 유유히 떨어지는 낙엽도 자주 보인다.
이제는 시장에서 보이는 호박잎 끝줄기를 봐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구나!'를 생각하게 될 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