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작업을 통해 소통하고자 한다. 그들은 작업을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나는 불안 바이러스가 이러한 소통에 대한 생각들을 극대화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림 속의 이야기는 내 개인적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그것은 단순히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 고양이 인간
3년 전 나는 도망쳤다. 친구와 가족들로부터 사라지고, 내 방안에 스스로를 가둬버렸다. TV도 없었고, 핸드폰도 없었다. 동네 슈퍼에 가는 거 조차도 두려웠다. 1년 반 동안 그렇게 지내면서 그런 생활이 너무나 지루하고 심심하게 느껴 져서 외출을 시도했을 때, 고양이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 고양이는 나의 먼 친척이 사정으로 인해서 나에게 입양 보낸 아이였다. 처음에는 내 방안에 고양이가 있다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고양이를 그렸다. 그림 속의 고양이는 나와 함께 있는 고양이지만, 나와 고양이는 각각의 독립체였다. 고양이가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면서 내 그림 속의 고양이는 나의 자화상에 합쳐졌다.
‘고양이 인간’
내 그림 속에서 고양이 눈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거나, 굳게 닫혀있다. 팔과 다리들의 관절들은 비정상적으로 구부러지거나, 꺾여있다. 사물들(집, 식물, 공간 등)은 일그러져 부서지거나, 고양이의 몸과 결합되었다.
고양이 인간은 인간도 고양이도 아니다. 기이하고 알 수 없는 존재는 그림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구도는 종종 대칭을 이루며, 내가 전공 하였던 전통 불화에서 나타나는 방식이다. 고양이 눈 속에 만다라 형상의 패턴이 톱니바퀴처럼 돈다. 현혹스러운 눈 안에 의식은 있지만, 그 세계는 너무나 모호하고, 이해 할 수 없다. 나와 내가 속한 세계는 불안을 만들어 내지만, 그 불안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 수 없다. 이 모호한 것이 또 다른 불안을 만들어 낸다.
2. 내면을 파고 드는 검은 선
콘테는 매력적인 재료이다. 단순하고 즉흥적이다. 보통 콘테는 간단한 스케치나 크로키로 사용 된다. 하지만 나는 좀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발견했다. 선으로 표면을 채울 때, 붓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깊이를 준다. 반복적이고 강박적인 선들이 캔버스를 긁어내듯이 스치면서 그려진다. 선들이 쌓여 면이 표현되면서 그 선들은 더 이상 선이 아니게 된다. 그 선들은 표면과 공간을 표현한다.
선들이 표현한 털이 덮힌 고양이 몸은 사람들이 그 고양이를 마주하면 만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완벽히 마감을 해야 했고, 사람들이 고양이 인간을 만지면 더 이상 뭍어나지 않는 방법을 발견했다. 다양한 캔버스 천, 색상들, 마감법과 다양한 회사들의 콘테들을 실험하고 있다. 콘테를 통해서 좀 더 독특하고, 페인팅 못지 않은 완성도를 표현 할 것이다.
3. 불안 바이러스(‘Anxiety Virus’)
내 방에서 바깥 세상과 접근 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이었다. 웹 서핑을 하고, 1000개의 블로그를 방문했다. 그리고 나는 많은 블로거 중에 몇몇은 나와 같은 모호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내게 안심과 같은 것을 주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불안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다른 이들과 일상을 이야기 하는 것처럼 쉬웠다.
불안 바이러스(2007)은 이러한 생각들을 대화하고자 했던 프로젝트였다. 이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전시를 모두 포함시킨다. 먼저 나는 1000여개 블로그를 돌아다니고 그들의 글을 읽었다. 선택 된 몇몇의 블로거들에게 내 그림을 보냈다. 각각의 그림을 개개인에게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내 작업에 대한 간단한 글이나 그들 자신의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보내주었다. 이런 피드백을 위해 각각의 그림들은 독립적인 방들을 지니게 되었고, 사람들은 계속 방문 할 수 있다. 그 각각의 방들은 댓글이나 트랙백을 통해서 소통한다. 이것은 영구적인 전시이고, 사람들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나는 내 그림이 한 가지 방식으로 소통되길 원하지 않고,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함께 소통 하길 바란다.
불안 바이러스는 내면을 바라보면서 내면의 공간에 안주하지 않고, 제3자의 시각으로 나와 내 작업을 바라보기 위해 시작하였고, 3년의 기간을 두고 차분히 진행해 나갈 것이다.
예술가들은 작업을 통해 소통하고자 한다. ,그들은 작업을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나는 불안 바이러스가 이러한 소통에 대한 생각들을 극대화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림 속의 이야기는 내 개인적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그것은 단순히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내 작업을 통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찾고자 한다. “개인의 불안이 단지 개인에 한정 된 것이 아니다.”
이것이 내 작업의 근본적인 개념이다.